일본: 어느 원전 집시의 이야기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일본의 위험천만한 원전 부실 운용 상태가 온 세상에 폭로되었다. 사고 전에도 높은 급료에 끌린 단기 계약직 노동자들은 방사능 피폭등의 위험성을 애써 무시하며 수년간 원전에서 일해왔다.

다케시 가와카미(川上武志)씨는 속칭 “원전 집시”다.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가와카미씨는 무려 30년을 국내 원전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며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며 살아온 노동자이다. 업무는 주로 결함이 있는 원자로를 수리-교체하는 일이었는데, 물론 방사능 피폭 위험이 매우 높은 위험한 작업들이었다.

가와카미씨는 하마오카 원전에서 근무하며 목격한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블로그에 정부와 전력회사간의 부패와 유착을 비판했다. 한편 간 나오토 총리의 일본정부는 최근 하마오카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고 내진 보강공사를 요청했다. 활단층 위에 세워진 원전을 계속해서 가동하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와카미씨가 쓴 의 일부를 번역해 소개한다. 일본 남부에 위치한 겐카이 원전의 증기발생기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며 처음으로 원전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의 경험을 엿볼 수 있다.

Hamaoka nuclear power plant, by Hiroaki Sakuma. CC BY-SA license.

하마오카 원전의 모습. 히로아키 사쿠마 제공 CC BY-SA license.

아래의 글은 가와카미씨의 허락을 얻어 번역하였다.

하마오카 원전에선 5년 약간 넘게 일 했습니다만, 원전 근무 경력은 그 전에도 있었습니다. 1980년대 거의 십여년를 주변 원전에서 일하며 제 30대를 보냈죠. 한 곳에서 꾸준히 일하기 보다는 여러군데를 옮겨다니며 시설보수를 담당했습니다. 최근에 여러 원전을 전전하는 부류의 사람들을  “원전 집시”라고 약간의 모멸을 담아 부른다더군요. 맞아요, 그 무렵 바로 제가 그런 부류 중 한명이었습니다.

“집시”로서의 삶을 시작한지 이 년정도가 흘렀을까, 처음으로 원자로 노심으로 들어가게 됐죠. 그때가 사가현에 있는 겐카이 원전에서 일할 때로 기억합니다. [역자 주- 겐카이 원전에는 격납 건물이 있는데, 원자로, 증기발생기등을 배치해 이상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지 못하게 하는 용기]  원자로의 노심에서 우라늄이 핵분열을 일으키지요. 여기서 발생된 열이 증기발생기를 통해 수증기가 만들어 지고, 이 수증기가 터빈을 회전시키고, 전기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격납 건물 내부 원전 어느곳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방사능 수치가 높은 지역입니다. 제가 맡은 일은 원자로에 나타날 수 있는 이상 여부를 판독할 수 있는 원격 로봇을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날은 다른 동료가 저 대신 로봇을 설치하기 위해 원자로로 들어갔습니다. 설치는 마쳤는데, 로봇이 외부작업에 반응을 안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원자로내 벽면에는 무수히 많은 작은 구멍이 있는데, 그 구멍을 통해 로봇의 여섯 개의 다리 (여섯 개가 맞을 겁니다)가 작동되는 모습을 관찰하는 방식입니다. 어쨌든 로봇 다리가 제대로 설치가 안되서 발생하는 문제같다는 것이 설치작업을 감독한 직원들이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정말로 다리가 제대로 조립이 안된거라면, 계속 그 상태로 방치하면 쓰러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죠. 쓰러진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수십억원에 달하는 정밀기계를 못쓰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되기 전에 로봇을 제대로 설치하기 위해 저는 급히 방호복을 챙겨입고 장비를 챙겨 격납 건물로 들어가 원자로로 향했습니다. 방호복을 입을 때 두 명의 동료가 도와줬습니다. 작업복을 두 겹이나 껴입은 상태에서, 타이베크(Tyvek) 전신방호복을 입었지요.[역자 주- 타이베크는 듀폰사에서 만든 고밀도 합성 폴리에탈린 섬유 브랜드이며, 방수성, 투습성, 복사열 차단 등의 효과가 뛰어나다] 거기에 조그마한 틈도 막기 위해 제 목, 손목, 그리고 발목 주변을 비닐 테이프로 꽁꽁 둘렀습니다.

정말이지 우주인처럼 보이는 보호복 착용을 마친 후, 저는 노심부로 향했습니다. 도착했을 때, 두 명의 직원이 저를 맞이 했습니다. 그 둘은 일본비파괴검사학회(JSNDI)라는 곳의 직원이었는데, 놀랍게도 고방사능구역임에도 평범한 작업복차림 이었습니다. 심지어 마스크도 착용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상사인 듯한 사람이 저를 손으로 불렀습니다. 마스크 안쪽의 제 눈을 응시하더니, 몇번 고개를 크게 끄덕였습니다. 아마도 제 눈을 보면서 제가 노심 작업에 견딜 수 있는 사림인지 여부를 판단한 것 같았습니다.

그와 함께 원자로에 접근했습니다. 원자로 본체를 제 눈으로 직접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직경 3미터 정도의 구형 혹은 타원형 모양이었는데(크기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서 있는 곳 보다 조금 더 높이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원자로 바닥은 제 어깨정도 높이, 그러니까 한 1.5미터가 약간 안되는 높이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맨홀이 있었습니다. 맨홀은 열려있었고,저는  ‘아 저 맨홀로 기어 올라 원자로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구나'라고 재빨리 제 임무를 알아차렸습니다.

그 비파괴검사학회 직원은 제 어깨에 손을 둘렀고, 우리는 맨홀로 접근했습니다. 맨홀 입구 직전까지 접근해 안을 살짝 들여다 보았습니다. 안은 어둡고 공기가 짙고 거침없었는데, 마치 기분나쁜 무엇인가가 안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제 표정이 일순간 굳었습니다. 희미한 공포감이 엄습했습니다. 맨홀에 접근할 때 귀에서 윙윙, 이명이 들리며 제 스스로가 들어가길 거부하는 것을 느꼇습니다. 내부를 들여다 보니 학회 직원이 가리킨 곳 벽면에 로봇이 설치 되어있었습니다. 역시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있었습니다. 제가 여기 온 이유이기도 했죠. 내부는 왠진 섬뜩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당장 뛰쳐 도망가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습니다. 설령 들어가기 싫다해도, 들어가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습니다.

로봇은 40cm의 정사각형 모양에 두께가 20cm정도 되는데, 속칭 “거미 로봇”이라고 불렀습니다. 학회 직원은 맨홀에 얼굴을 3분의 1이상을 들이밀고는 제가 할일을 열심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비록 그 무렵 방사능 노출 위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상당히 낮았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함께 내부를 들여다보는 그 직원의 대담한 행동이 우려스러웠습니다.

그 직원은 계속해서 태연하게 내부를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겁도 없나'라고 생각한 기억이 납니다. 저야 보호복과 장비로 무장한 상태였지만, 그 사람은 마스크 조차 착용하지 않았으니까요.[중략]

노심 내부 작업 설명을 자세하게 받은 후, 드디어 제가 들어갈 차례가 되었습니다. 맨홀의 아래에서 쭈그리고 기다리고 있자 직원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신호를 보냈습니다. 저는 일어서서 사다리를 타고 상체를 쑤욱하고 맨홀 안으로 집어 넣었습니다. 그 즉시, 무엇인가가 머리를 부여잡고 꽉 뭉개버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즉시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공포와 싸우면서 맨홀의 가장자리에 양손을 놓고 반동을 이용해 전신을 맨홀안으로 들여 넣었습니다. 이명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나중에 한 직원이 자신은 노심에 들어섰을 때, 마치 게가 “사각, 사각, 사각…”하며 움직이는 것 같은 소리를 들었노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작업을 마친 후에도 그 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작업을 마치고 귀가한 후에도 그 소리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완전히 노이로제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한 작가가 그를 취재하고 체험을 바탕으로 미스테리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책의 제목은 “원자로의 게”라고 합니다. 1981년에 출판된 이 책은 우리 직원들 사이에서도 꽤 화제가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그런 게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대신 머리가 미칠듯이 심하게 죄여지는 느낌과 귀 안쪽에서 마치 독경을 외는 듯한 “땅 땅 땅”하는 매우 빠른 템포의 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원자로 내부에 들어서서 몸을 일으켰을 때, 헬멧이 천장에 닿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곤 어둑한 공간에서 로봇의 팔을 부여잡고서 “OK!”라고 외쳤습니다. 로봇이 잠금해제 되어 로봇의 다리가 구멍밖으로 튀어 나갔습니다. 로봇 자체는 생각했던 것 만큼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습니다. 로봇 다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구멍에 맞춘 후, 다시 한번 오케이 신호를 보냈습니다. 모든 다리가 구멍에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곤 다시 한번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황급히 맨홀 밖으로 빠져 나왔습니다.[중략]

[밖으로 나왔을 때] 저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알람 미터를 확인해보니 수치가 180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이 기계가 기록할 수 있는 최고치는 200입니다. 단 15초의 작업이었을 뿐인데, 180밀리렘이라는 믿을 수 없는 방사능에 노출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그 당시에는 방사능 수치에 “밀리렘”이라는 단위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시버트”란 단위를 쓰지요. 그 당시 약 1개월여 동안 작업에 종사했습니다. 이후 다시 다른 원자로에서 작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로 들어간 때에도 역시나 공포를 극복하지 못했고, 그 소름끼치고 섬뜩한 이명도 듣게 되었습니다.

기사 작성에 도움을 준 도모코 쓰치야(Tomoko Tsuchiya)씨와 크리스 샐즈버그(Chris Salzberg)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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