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도미니크 스트라스 칸의 몰락?

올 5월 15일 일요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였던 도미니크 스트라스 칸(Dominique Strauss-Kahn)의 섹스 스캔들이 터졌다. 프랑스 전역은 이러한 정치적 지각 변동으로 일요일 하루를 열었다. 스트라스 칸은 뉴욕에 있는 한 호텔에서 메이드를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현재 총재직에서 물러났다.

이러한 폭로 건이 휩쓸고 지나간 사흘 후인 지금도 프랑스 블로거들은 이 글로벌 스캔들이 프랑스 정치에 미칠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를 가늠하느라 애쓰고 있다.

“돈 주앙”에서 “변태”로

Front page of the French daily newspaper "Liberation".

Front page of the French daily newspaper "Liberation".

이 사건이 프랑스의 정치 판도에 미칠 여진은 어머어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DSK'(이름 이니셜)로 알려지는도미니크 스트라스 칸은 다음 해 대선에서 현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를 무찌를 만한 유일한 유력 대선 주자로 알려진 인물이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심지어 사르코지 대통령을 이기기도 했다.

리오니튜드 [fr]란 블로그의 블로거 로메인은 충격에 찬 목소리로 아래와 같이 적었다.

Moi qui suis un strauss-kahnien des plus convaincus depuis des années, par beau temps et par orage, je suis effondré si les choses se confirment.

지난 몇 년간 좋은 날이든 흐린 날이든, 스트라스 칸의 열열한 지지자였던 저로서는 이 스캔들이 사실임이 확정된다면 심정이 무너질 것 같습니다.

도르함1세(Dorham1er) 프랑스를 강타한 스캔들의 규모에 대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fr].

L'affaire Bill Clinton, à coté de tout ce foutoir, c'est le chapitre guimauve d'un mauvais roman de la bibliothèque rose. Il faut sans doute remonter plus loin pour trouver trace d'une affaire aussi grave  […] au tout début des années 80 et à la candidature d'Edward Kennedy à l'investiture démocrate

이번 혼란에 비하면 빌 클린턴의 스캔들은 기껏해야 뻔한 스토리를 담아놓은 아동용 싸구려 소설의 한 챕터 정도 밖에 안됩니다. 역사상 이 정도 파괴력 있는 사건을 찾아보려면 꽤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적어도 1980년대 초나 민주당 대선 주자로 나섰던 에드워드 케네디까지요.

소수의 스트라스 칸 지지자들은 스캔들을 부인하며 아직도 블로그에서 “예스, 위 칸(Kahn)”이라고 적힌 배너[fr]와 티셔스를 전시하고 있다. [역자 주: 2008년 미 대통령 오바마의 대선 캠페인에서 쓰였던 유명한 구호인 “Yes, We Can”와 비슷한 구호로서, ‘할 수 있다'란 의미의 ‘Can'과 스타라스 칸(Kahn)의 성인 ‘Kahn'의 발음이 유사함을 이용했다. ] 한 해설자는 이러한 행동에 대해 재치 있게 맞받아 쳤다:

예, 우리는 절대 잊어버릴 수(kahn forget) 없죠. (이번 선거를 말입니다)

언론 보도에 집중하다

일요일 스캔들이 터진 바로 그 날, 만화가 다두(Dadou)는 스트라스 칸의 혐의에 대한 사람들의 전반적인 반응을 여기 만화 스케치에 담아냈다. 많은 이들이 스캔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DSK(스트라스 칸)의 체포는 (프랑스의 정치적 사건이) 가혹한 미국 국내법 (실행)과 흑색 선전으로 전락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월요일의 여론 조사는 아직도 57 퍼센트의 프랑스 국민들이 DSK의 무고함을 믿고 있다는 [fr] 결과를 나타냈다. 르모노렉트(Le Monolecte)의 아그네스란 누리꾼은 비꼬는 말투로 아래와 같이 평했다 [fr]:

Après le too big to fail, voici le too powerfull [sic] to rape.

너무 커서 망하지 않는다,“의 후속작으로 “너무 힘이 세서 강간하지는 않는다”라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역자 주: 미국 거대 금융 기관의 생리를 파헤친 앤드류 소르킨의 베스트 셀러, “너무 커서 망하지 않는다(Too Big to Fail)”를 패러디 한 문구이다.]

스캔들이 터진 사흘 후, 언론의 지나친 집중 보도에 의해 진실일 수 도 있는 현실이 점점 소멸되어 갔다. (구글 프랑스에서 DSK를 검색하면 그와 관련한 19만 건의 웹 문서가 나타난다)

2001년 스트라스 칸이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20o7년 증언한 젋은 여작가[fr]인 트리스탄 바농(Tristane Banon)의 증언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바농은 올 5월 18일 프랑스의 시민 미디어 아고라의 목소리(Agora Vox)와의 인터뷰에서 [fr] 이 사실을 증명한 적 있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DSK의 과거 행적을 안다고 주장하는 [fr] 여러 증언들이 연일 미디어에 등장하고 있다.

프랑스 최대 블로거인 파르타곤의견(Partageons mon avis)은 ‘내 그럴 줄 알았다'란 제목의 포스팅에서 자명한 질문을 제기했다 [fr]:

언론 쪽의 신사 숙녀 여러분, 만약 여러분들이 DSK(와 그의 과거에 대해서) 대해서 잘 알고계셨다면, 왜 지금까지 그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주고 그를 이 시대가 원하는 적임자라고 평해오셨나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DSK가 그동안 주변 여성들에게 어떤 태도로 대해왔는지 알았지만 침묵을 지키고 있는 프랑스 언론인들에게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프랑스-유럽 전문 베테랑 기자이며 블로거인 장 캬트르메(Jean Quatremer)는 이런 언론인들과는 달리, 이미 2007년 부터 그의 블로그[fr]에서 이렇게 적었다:

Le seul vrai problème de Strauss-Kahn est son rapport aux femmes. Trop pressant, il frôle souvent le harcèlement. Un travers connu des médias, mais dont personne ne parle (on est en France)

스트라스 칸의 단 한 가지 심각한 문제를 꼽자면 그의 여성들을 대하는 “너무 친밀한”한 태도이다. 그는 (항상) 성추행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다. 이것은 언론에 이미 잘 알려진 부분이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세바스천 로쉐(Sebastien Rochat)는 정지화면(Arret sur Images)이란 웹사이트에서 DSK의 무죄를 탄원하며 사생활 보호에 관한 프랑스 민법 9항[fr]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Comment rester élégant et ne pas être attaqué en justice, tout en évoquant des sujets graveleux qui relèvent de la vie privée ? C'est le dilemme des journalistes dès qu'il s'agit de parler de la vie sexuelle des politiques.

어떻게 하면 고상함을 유지하며 또 고소당하는 것을 피하면서, 동시에 사생활을 폭로하는 등, 천박한 토픽을 환기시킬 수 있을까? 정치인들의 성 스캔들을 다루는 언론인이면 누구나 맞닥뜨리는 딜레마이다.

커브라즈(Kerbraz) [fr] 위 의견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토론은 오늘의 토픽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오늘 우리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강간 행위로,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89번 길(Rue89)이란 사이트의 공동 창립자인 피에르 하스키(Pierre Haski)는 ‘왜 기자들은 스트라스 칸의 사생활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가‘ [fr]란 제목의 솔직한 포스팅을 올리면서 이와 관련된 온라인 토론을 열었다. 여기에서 그는 스트라스 칸이 이 법을 여러 번 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Je savais que Roland Dumas, alors qu'il était ministre des Affaires étrangères, était l'amant de Nahed Ojjeh, la fille du ministre syrien de la défense Mustafa Tlass. Fallait-il l'écrire ? Je ne l'ai pas fait, en rangeant cette information dans le domaine de la vie privée, alors que, s'agissant du chef de la diplomatie, je ne pense pas que c'était anodin. J'ai sans doute eu tort.

저는 당시 프랑스 외교부 장관이었던 롤랑 뒤마(Roland Dumas)가 시리아 국방장관인 무느타파 틀라스(Mustafa Tlass)의 딸 나헤드 오제(Nahed Ojjeh)와 혼외정사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언론에 이렇게 까지) 노출됐나요? 이 사안이 사생활 영역의 문제인 만큼, 저는 이 문제를 노출시키지 않았습니다. 설사 이것이 프랑스 외교부 최고 인사에 관한 소식이며 사사로운 일이 아님에도 말입니다. 괜히 노출시키지 않았나 봅니다.

칼스퀠(karlsquell) [fr]이란 누리꾼은 이러한 가설을 안 믿는다고 밝혔다:

Et pourquoi se taire ? Pour pas perdre les interviews, parce que DSK pouvait accéder à la plus haute marche, par peur, par connivence, par lâcheté, par prudence.

왜 침묵하고 있는 거죠? 인터뷰에서 지지않기 위해서죠. DSK가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죠. 두려움 때문이죠.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죠. 비겁함과 조심성 때문이죠.

프랑스 언론이 스트라스 칸이 수갑을 찬 상태로 뉴욕의 경찰서를 빠져나오는 사진을 잇다라 사용함에 따라 이에 대한 토론이 추가적으로 일어났다. 프랑스 법은 혐의가 입증되기 전까지 용의자가 수갑을 찬 장면을 게제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리고 언론은 이를 상관치 않고 사진을 실었다.

르몽드 웹사이트 [fr]관련 페이지에 달린 댓들들을 보면 이 법률에 대한 여론이 나눠져 있음을 볼 수 있다:

Henriette: Et dire que Sarkozy veut introduire le système américain. Cela donne des frissons dans le dos.

앙리에트: 사르코지가 미국 시스템을 프랑스에 도입하고 싶나 봅니다. 등골이 서늘한 일이군요.

Irca: Les Français, qui ont guillotiné Louis XVI en public et en sont fiers, ont été choqués par la vue du roi des sondages menotté.

이르카: 루이 16세를 공개적으로 단두대에서 참수시킨 우리 프랑스 입니다. 우리는 이를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여론(조사)의 제왕”이 수갑을 찬 장면은 충격적입니다.
이 글에서 사용된 도미니크 스트라스 칸의 썸네일 이미지는 IMF의 플리커 계정 이미지이다.(CC BY-NC-ND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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